옷이 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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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우리 부부의 의상 컨셉은 추레함이다.
워낙에 둘 다 옷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옷이야 그저 가릴데만 가려주고, 추위에서 몸을 따뜻하게 지켜주거나, 몸에서 나오는 땀이나 잘 빨아들여주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좀 날씬할 때는 옷도 좀 멋있고 좋은 것으로 사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둘다 뚱뚱이가 된 이후로는 그런 생각마저 없어지게 되었다. 사실 이런 추레한 컨셉은 편하게 살아가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 것으로 입고 다니니 아침마다 코디 걱정할 필요없고,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나만 편하면 그만이니 몸 편하고 마음 편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레함에 어깨를 움츠릴 때가 있으니 가족모임이든 친구모임이든 모임에 나갈 때이다. 남들은 돈들을 얼마나 잘 버는지 몰라도 가만 보고 있으면 하나 같이 비싸보이는 옷만 입고 다니는 것 같다. (사실 비싸 보이는 것 뿐이지 정말로 비싼 옷인지는 알 길이 없다. 유명브랜드라면 그저 나이키밖에 모른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여하튼 남들의 차림새를 보고나 하는 얘기들을 가만 듣고 있자면 모두들 겉치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다보면 슬그머니 우리 옷차림새를 보게 되고, 뭐 하나 내세울것 없는 몸매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옷들로 대충 주어 입고 나온 우리의 패션에 저절로 주눅이 들게 된다. (사실 컨셉이 추레함이라고 한다면 이런데서 주눅들면 안되는 것인데...)

이러다보니 평소엔 나같은 남편이 어디있냐고 큰 소리 뻥뻥치던 모습이 아내의 방심한 듯한 추레 패션에 오버랩이 되면서 제대로 된 옷한벌 해 주지 못한 내가 한심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생각이 어디까지 미치느냐 하면 "과연 제대로 된 옷이란게 어떤 것이냐?" 라는 질문에 까지 도달하게 된다. 만약에 내가 아내에게 미안한 감정으로 무리를 해서 C 두개가 horizontal flip 된 상태로 얽혀있는 브랜드의 옷을 사 주었다고 한다면 (그런데 여기서 옷이 나오긴 하냐?) 과연 아내가 그 옷을 정말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을까? 평생 입어 보지도 못한 그런 옷을 입고 어색하고 아까운 마음에 어디가서 편하게 앉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사줘보기나 하고 이런 얘길 해야 앞뒤가 맞을것 같긴 하지만서도)

여하튼 이런 경우 사람을 위해 옷이 존재하는 것인지 옷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지 모르게 되고, 결국 좋은 옷을 입었다는 만족감보다는 이 옷의 어느 한 군데라도 다치면 안된다는 긴장감으로 또 다른 스트레서를 안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ㅋㅋ 그렇다면 이런 걱정 없이 부담없이 그런 옷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지 그 옷을 구입할 만큼의 돈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언제고 그런 옷을 사 입을 만큼의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보면 결국 우리 같은 서민(혹자는 우리 같은 빈민들이라고 하지만, 그건 좀 과장인거 같고 서민이란 표현이 딱 알맞을 듯)들은 감히 엄두도 내보지 못할 그런 옷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가족모임에 갔다가 우리 부부의 방심한 추레 패션에 모두들 짐짓 놀라는 모습들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가 더 당황하는 데자뷰를 겪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패션 철학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결국 우리 부부는 좋은 옷을 사 입기 보다는 내면을 튼실하게 가꾸자라는 것에 의견 일치를 보고, 앞으로는 살빼고 돈벌고 영어공부하는 것에 올인하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도 계속 추구하고 있었지만 끝끝내 달성하지 못한 목표들이나 달성하자인데... 요약하면 살던대로 살자... 생긴대로 살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 돼지목에 진주목걸이가 왠 말이냐.. 그냥 똥구덩이에서 굴러도 돼지는 제 우리가 가장 편한 안식처인 것을...
   



댓글 2개:

  1. 페레가모에서 옷은 나오지 않습니다만...

    본인은 오늘 선배집에서 술먹고 부활(?)한 관계로 머리도 안 감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만...ㅋㅋ



    두 시 좀 넘어서 왔더니 없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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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 가족 모임 중이었다...

    안 올줄 알았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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